2014년 6월 < 문화+서울 인터뷰 >
콘티 · 스토리보드 작가 김정태 "그림으로 소통하는 즐거움"
콘티 스토리보드는 그림을 통해 시나리오를 시각화하는 작업이다. 쉽게 이야기하면 영상 제작에 앞서 만화 같은 그림을 그리는 것인데 기획 단계에선 제작자 혹은 광고주에게 아이디어를 효과적으로 제시하고 현장 에선 스태프 간의 소통을 돕는 일종의 설계도 구실을 한다.
부모님의 영향 때문인지 어린 시절부터 음악과 미술을 좋아했다. 단순히 게임을 좋아해서 게임그래픽 디자이너를 꿈꿨고, 만화를 좋아해 서 만화가를 꿈꾸기도 했다. 1990년대 나우누리와 하이텔 등 통신사의 게임 제작 동아리에서 마우스로 도트를 찍어가며 게임그래픽을 시작했던 나는 그림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재미에 빠져들었다. 고등학교 2학년 시절 투니버스에서 주최하는 아마추어 게임제작대회에서 우승을 하던 날, 나에게는 그림이 단순히 취미가 아닌 직업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 그 후 드로잉과 기초의 중요성을 깨닫고 본격 적으로 관련 서적을 사서 독학하기 시작했다. 학벌만을 지향했던 부모님에 대한 반항심 때문이었는지 늘 형식보다 본질을, 이론보다 경험 을 선택했다. 타인에 의지하지 않는 고집이 나에겐 유일한 버팀목이 었다. 막연히 만화가를 동경하며 꿈을 키웠던 나는 군 제대 후 1년간 만화가 지망생들이 모인 공동 화실 생활을 하면서 화실 홈페이지에 습작품을 올리며 사람들과 다시 소통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 날 영화콘티 보조작가 제의가 들어왔다.
현실과 이상 그리고 영화콘티
나의 사수는 < 스캔들 > < 올드보이 > < 복수는 나의 것 > < 태극기 휘날리며) 등 큰 영화 작품에 참여한 인지도 있는 작가였다. 영화 쪽에 이런 직업이 있었다는 사실을 몰 랐기에 호기심이 생겼다. 만화가의 꿈을 놓고 싶진 않았지만 연출 공부에 도움이 되겠다 싶어 1년만 해보기로 하고 영화콘티 보조작가 일을 시작했다. 덕분에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 < 알포인트 내 머리속의 지우개 > < 연애의 목적 등 좋은 작품과 인연이 닿을 수 있었다. 경험 삼아 시작했던 영화 일은 생각보다 매력 적이었다. 현실적으로 이 시절 만화가들은 만화대 여점의 여파로 생활고에 시달리는 사람이 많았던 반면, 영화콘티 시장은 크게 개척되지 않았던 시점이었기에 앞으로 이 분야의 전문 인력이 많이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림으로 스태프들과 소통하며 새로운 사람들을 알아가는 일은 나에게 꼭 맞는 옷 같았다. 영화과 교수직 을 겸하셨던 감독님들과 여러 작품을 함께 하며 어깨너머로 연출을 배웠고 시간이 날 때면 하루에 몇 편씩 영화를 보고 분석해가며 연출 공부에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미래를 꿈꾸던 어린 시절처럼 영화가 좋았고 어느새 작가를 넘어서 영화 연출가 까지 꿈꾸게 되었다. 길은 바뀌었지만 모든 것은 그림으로 시작해서 이어져 있기에 그림을 통해 더 많은 일 을 할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 금전적인 불화로 인해 실질적으로 사수 밑에서 일한 시간은 반년이었다. 사회 초년생 이던 내가 애초부터 좋은 대우를 기대하진 않았지만 계약금을 속이며 노동력을 착취 하는 모습에서 현실에 더 이상 머무를 수 없었다. 어린 시절부터 위기를 기회로 삼는 것에 익숙했던 나는 또다시 가슴속에 불을 지폈다. 언젠간 사수를 뛰어 넘는 작가가 되겠다고 다짐하며 24살에 본격적인 프리랜서의 삶을 시작했다.
“장사는 돈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남기는 것이다."
드라마 < 상도 >에서 거상 임상옥의 스승이 늘 하던 말이다. 돈만을 좇는 사람은 오래가지 못한다는 진리를 신념으로 삼고 나는 나를 필요. 로 하는 곳이면 어디라도 가서 일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대학생활을 경험하지 못한 나에겐 또래의 동료가 필요했기에 학생의 단편영화 작업을 도와주기 시작했고, 영화감독 데뷔를 준비하던 지인과 함께 제작자와 사업가, 연극배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을 만나게 되었 다. 2005년에 싸이 월드에 SNCA(Storyboard&Conceptart)란 클럽을 만들어 이쪽 분야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모았다. 회원 수 1500명 이 될 때까지 꾸준히 정보 교류를 하다가 6명의 뜻이 맞는 사람과 공동 작업실을 차렸다. 나는 자기 PR과 소통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 고 있었다. 클럽을 만들어 운영한 건 내가 사람을 얻는 최선의 노력이었고, 난 그 중심에서 더 많은 기회를 만들었다. 사람과 일에 대한 욕 심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렇게 열아홉, 애니메이션 회사에서 동화를 그리며 첫 월급 30만 원으로 시작했던 나는 24살부터 영화스토리보드와 콘셉트 디자인, 광고, 뮤직비디오,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경험을 쌓게 되었고 2010년을 기점으로 주로 광고 콘티를 그리며 현재는 11년 차 프리랜서로 자리 잡았다. 큰 부를 이루지는 못했지만 내 일의 가치를 보장받을 수 있는 일에 매진하게 되었다. 이상과 현실의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 은 모든 예술가의 꿈일 것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이 두 가지가 공존하기란 힘들다. 즐거워서 시작한 일에 오기를 부려가며 전투적으로 변 하기도 하고 자신감에 차 있다가도 때론 열등감에 휩싸이곤 한다. 이 모든 게 밥그릇 문제를 떼어놓고 말할 수 없는 문제들이다. 이상을 추구하려면 현실에 구애하지 않아야 한다. 배고픈 예술가라는 꼬리 표가 싫었던 나는 현실을 택했고 아이러니하게도 현실을 벗어던지기 위해 현실을 채우기 위한 노력을 해야 했다. 이 씁쓸함을 안고도 순수함을 잃지 않으려 노력한다면 언젠가 다시 이상을 펼쳐 두 마리 토끼 를 잡을 수도 있다고 본다. 불안한 미래에 근거 있는 자신감이 더해지면 다가올 미래가 두렵기보단 변화될 내 모습에 설레게 된다. 지난 경 험들은 나에게 여러 가지 깨달음을 안겨주었다. 앞으로 10년 후의 내가 어떤 모습일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꿈을 꾸는 한 발전한 내가 있 을 것이다.
콘티 스토리보드 작가가 되려면
취미처럼 꾸준히 그림을 그리자. 콘티 스토리보드 작가는 그림을 통해 말을 하는 직업이다. 그림에 대한 기본기는 필수다. 연출 감각은 필수. 영화 관련 서적 등을 탐독 하기를 권한다.
자기 PR과 소통, 사람은 남는다!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을 만나 그들의 얘기를 들을 것. 일에 대한 애정과 욕심은 10년 후의 나를 바꾸는 중요한 거울이 된다.
글 · 사진 김정태. 영화 스토리보드에서 광고, 콘셉트 디자인, 게임, 애니메이션, 뮤직비디오 등 콘티 스토리보드가 필요한 부분에서 활동하고 있다.
http://magazine.sfac.or.kr/html/view.asp?PubDate=201406&CateMasterCd=700&CateSubCd=293
2019년 6월 < 초등독서평설 인터뷰 >
“영화 끝나고 크레디트 시퀀스가 올라가면 제작에 참여한 사람들의 이름이 올라가지? 그런데 이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한마음 한뜻이 되어 작품을 완성할 수 있었을까?
감독의 지휘, 꼼꼼한 대본도 한몫하겠지만 스토리보드의 역할도 크단다. 이는 광고 제작에서도 마찬가지야.
오늘은 영상 촬영에 대한 구체적인 구도를 잡는스토리보드 작가 김정태 님을 만나 보자~”
Q. 안녕하세요! 본격적인 인터뷰에 앞서 스토리보드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영화나 광고 등 영상물을 촬영하기 전에 무엇을 어떻게 어떤 구도로 찍을 것인지 표현한 그림이에요. 연출 내용이 대본에 적혀 있긴 하지만, 글로만 읽으면 숙지하기가 어렵고 또 수백 명의 제작진이 똑같이 해석하지 않으니까 그림으로 표현하는 거죠. 대본에 ‘사랑스럽게’라고 적혀 있어도 수백 명이 생각하는 사랑스러움은 저마다 다르겠죠? 또 스토리보드는 연출 내용을 한눈에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효율적이에요. 시간이 생명인 촬영 현장에서 없어서는 안 될 소통 도구죠.”
Q. 스토리보드 작가는 무슨 일을 하나요?
“광고나 영화의 시나리오를 이해한 후 세트 설계도, 촬영 시안 등을 확인하면서 장면 하나하나를 그려요. 주요 장면의 연출 사항을 연필, 목탄, 잉크 등을 사용하여 손으로 표현하거나, 컴퓨터 그래픽 프로그램으로 그려요. 이때 감독과 긴밀히 대화해야 합니다.”
Q. 스토리보드 작가는 어떻게 준비하나요?
“요즘 스토리보드 작가는 학원이나 현업 작가에게서 그림을 배운 뒤 현장에서 활약하는 경우가 많아요. 프리랜서로 일할 수 있고, 스토리보드 제작 회사에서 근무할 수도 있지요. 고등학교나 대학에서 그림을 공부하는 것이 도움이 되지만, 움직임이나 풍경 등을 그림으로 생생히 표현할 수 있다면 대학 전공과 상관없이 도전할 수 있어요.”
Q. 마지막으로 스토리보드 작가를 꿈꾸는 《초등독서평설》 친구들에게 조언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스토리보드를 비롯해 그림, 영상, 음악 등 다양한 예술 분야의 꿈을 키우는 친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예술 분야는 현실적으로 재능이 중요해요. 자신이 무엇을 잘하고 좋아하는지 탐구해 보길 바라요. 단순히 재능이 있다 없다만 판단하면 재능을 꽃피우기도 전에 제풀에 지쳐 쓰러질 거예요. 구체적으로 어떤 점을 잘하고 어떤 점이 부족한지, 자신이 잘하는 부분을 키우려면 어떻게 노력해야 하는지 자신과 대화해 보길 바래요.”
“촬영 구도와 연출 내용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해 주는 스토리보드 작가! 김정태 작가님과 같은 분들 덕분에 우리가 멋진 영상들을 볼 수 있는 거겠지~? >_____< ”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20567809&memberNo=35415753&vType=VERTICAL
2020년 6월 < 서울예술실용전문학교 일러스트레이션과정 특강 리뷰 >
서울예술실용전문학교 일러스트레이션과정 전문가 특강 현장! 이번에는 콘티 작가, 스토리보드 작가 김정태의 특강이 진행되었습니다. 광고디자인 분야와 일러스트 쪽에 관심이 많은 친구들이 정말 기대했던 특강인데요. 이번 포스팅을 통해 콘티 작가, 스토리보드 작가가 어떤 일을 하는 것인지 그리고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 알려드릴게요.
먼저 콘티에 대해 알아야겠죠? 콘티란 설계도라고 생각하면 된답니다. 영상을 만들기 전에 미리 설계를 하는 것인데요. 콘티 작가는 화면의 구성에 따라 어떻게 카메라가 돌아가고 모델이 화면에 어떻게 나오는지를 그림으로 표현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화장품 광고라면 첫 화면에는 모델의 얼굴이 클로즈업되어 있다가 점차 뒤로 빠지고 화장품이 보인다는 등 이런 화면의 전환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입니다. 글과 그림의 통합매체인 만화의 특성상 콘티 작가에게는 일반 작가와 달리 글재주, 창조력 외에 만화적 연출력이 요구됩니다. 각 페이지마다 만화의 칸을 설정하고 각 칸마다 인물의 배치, 인물의 표정, 말풍선 안의 대사까지 써넣는 일은 대단한 만화적 연출력을 필요로 하는 일인데요. 만화가는 콘티작가로부터 콘티를 받아서 여기에 맞게 그림을 그려 만화를 완성하는 것이랍니다.
김정태 작가는 특강에서 콘티란 러프한 드로잉이지만 디테일을 담고 있어야 한다고 전했는데요. CF와 영화 등 영상을 만들기 시작하는 설계도이기 때문에 콘티에서 흔들리면 영상의 결과물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좋은 설계도가 있따면 비용 절감이나 제작 시간이 단축되기 때문에 콘티 작가는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 특히 최근엔 만화책의 스토리를 토대로 한 영화나 드라마가 인기몰이를 함에 따라 만화스토리작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더불어 갈수록 높아지는 온라인 웹툰의 인기로 만화 스토리의 범위가 아동만화에서 벗어나 교양, 광고, 증권, 정치, 스포츠 등으로 다양화됨에 따라 ‘만화콘티작가’의 전망이 밝아지고 있습니다.
일러스트레이션과정 ★ 그림을 잘 그리는 것과 잘 보여주는 것은 다르다.
그림만 잘 그린다고 콘티 작가로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전해주었습니다. 그림에 대한 테크닉은 기본이고 작가에게 화면 전환에 대해 듣고 이를 인지하고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예를들어 클로즈업 된 모델의 얼굴을 요청했을 때 볼에 사용되는 화장품이라면 볼과 광대 부분이 화면에 부각되게 그리는 것이 좋고 커피 광고라면 모델의 손보다 커피가 좀 더 화면에 들어올 수 있게 구도를 잡아야겠죠? 이렇게 그림을 잘 그리는 것 외에도 영화 및 CF에서 감독이 원하는 방향을 잘 맞춰서 그림으로 잘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이랍니다.
일러스트레이션과정 ★ 보수는 천차만별, 프리랜서로 성장할 수 있는 힘을 길러라.
회사에서 소속되는 프리랜서로 일할 경우 복지나 안정적인 월급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쌓아 프리랜서로 일을 했을 때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게 현실이라고 조언했습니다. 다만, 프리랜서로 일을 한다면 계약서, 업무 일정 조율 역량 등이 필요한데요. 클라이언트는 절대 작가의 일정을 모두 배려해주지 않으므로 자신의 컨디션을 조율하고 동시다발적으로 일을 진행했을 때에도 마감에 밀리지 않도록 계획적인 자세가 중요하다고 합니다.
일러스트레이션과정 ★ 감독과 독자의 눈이 되어 볼 것
그림을 그리고 넘기는 것에 그치지 말고 내가 감독이라면 이 화면에서 모델을 어떻게 보여줄까. 내가 독자라면 이 영상을 보고 감독이 의도한 바를 느낄 수 있을까? 등 콘티 작가의 역할 외에도 다양한 관점에서 그림을 보고 생각하는 일을 하라고 조언해주었답니다. 일반 일러스트레이터과 콘티 작가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멈춰진 그림이 아닌 다음 화면이 있는 그림을 그리는 것이라고 말씀하시며 유튜브 영상, CF 등 많은 영상을 보면서 스토리까지 아우를 수 있는 차별화된 작가가 되라고 조언해주셨답니다.
디자인예술계열에서는 지속적으로 전문가 특강을 무료로 진행하며 학생들이 직무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다양한 취업 방향을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데요. 아래 진행되었던 전문가 특강이 궁금하다면 리뷰 콘텐츠로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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